봉준호 기생충 다른 주역들

봉준호 기생충 다른 주역들

국내의 작품이 해외에서 수상할 기회를 갖는 것은 다방면으로 활약한 주인공들의 공이 크다.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이 될 수 있었던 것의 큰 부문을 차지한 것이 바로 번역에 두고 있었다.

 

한강의 작품을 번역한 스미스는 한 낱말씩 사전을 찾아가며 한국어를 독학하고 한국이나 한국인과는 인연이 업었던 영문학사였다. 스미스에게 전문 번역가의 길을 열어준 것이 한강의 '채식주의자'였듯 한강에게도 스미스의 번역이 영국에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되어주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스미스의 번역과 홍보에 있었듯이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자막, 배급, 프로모션, 통역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또 다른 주역들’의 공도 컸다.

 

 

작가

봉준호 감독과 함께 기생충 각본을 쓴 한진원 작가는 골든글로브 각본상 후보에 봉준호 감독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한진원 작가는 봉준호 감독이 2017년 선보인 영화 ‘옥자’의 연출부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한진원 작가가 기생충 속 기택(송강호)의 모델이 된 운전사 등 여러 직업군을 취재한 내용이 각본에 반영됐다. 아카데미 주제가상 예비 후보에 오른 기생충의 주제가 ‘소주 한 잔’의 가사도 봉준호 감독과 함께 썼다. 이 곡은 기우 역의 배우 최우식이 직접 불러 화제가 됐다.

 

 

평론가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은 기생충 대사의 맛을 그대로 살린 영어 번역으로 미국에서도 영화의 의미를 완벽히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줬다. 재학증명서를 위조한 딸 기정(박소담)에게 기택이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뭐 이런 것 없냐”고 묻는 대사에서 명문대라는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서울대를 ‘옥스퍼드(Oxford)’로 번역한 게 그 예다. 

 

 

통역가

봉준호 감독의 북미 행사에 동행하며 봉준호 감독에게 ‘아바타’ 라는 극찬을 받은 통역가 최성재(샤론 최) 씨도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최성재 씨는 지난해 12월 9일(현지 시간) NBC 토크쇼 ‘더 투나이트쇼’에 출연한 봉준호 감독의 통역을 맡아 봉준호 감독 특유의 말맛을 살린 재치 있는 통역으로 화제가 됐다. 

 

이 방송이 담긴 유튜브 영상에 북미 현지인이 ‘통역이 매끄럽다’며 감탄하는 댓글을 남겼을 정도다. 최성재 씨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무대에도 올라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을 통역했다. 

 

 

제작사

‘마더’로 봉준호 감독과 첫 인연을 맺은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도 기생충 제작 전반을 총괄한 주역이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이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발표되자 봉준호 감독의 손짓에 곽신애 대표도 배우 송강호 등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봉준호 감독이 참석하지 못하는 세계 각국 시상식에 대신 참석하기도 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미키 리)는 현지 프로모션을 비롯해 관객·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한 타깃 시사회를 개최한 것도 이미경 부회장 조언이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경 부회장은 AMPAS의 회원으로, 아카데미 후보 선정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 이미경 부회장은 199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CJ와의 드림웍스 투자 문제로 한국을 찾았을 때 협상을 주도한 이후 할리우드에도 탄탄한 인맥을 갖추게 됐다. 공식 석상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이미경 부회장은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자리하며 봉준호 감독을 축하한 것도 아카데미 홍보활동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배급사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의 톰 퀸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영화를 미국에 꾸준히 선보이며 북미 시장에 한국 영화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 네온은 ‘설국열차’의 미국 배급을 맡기도 했다. 

 

해외 유명 수상의 기쁨 뒤에는 한국문화와 역사를 잘 이해하고 관심이 깊은 다방면의 주인공들이 자신 나라의 문화로 깊이 있게 녹여내는 작업이 있어야만 작품의 빛을 제대로 풀어 낼 수 있다.